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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y2013. 6. 27. 10:48

방관자 효과는 주위에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다른 말로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 이라고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Wikipedia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음이 아니라, 아주 최근에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영화관에 갔다가 방관자 효과를 제대로 경험하고 왔기 때문이다. 이 카테고리에 쓸건지 Et cetera 카테고리에 쓸 건지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서 자리에 앉아있는데, 나보다 조금 아래 부분에 앉아있던 어떤 여자가 자기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을 막 감싸면서 "이러지 마세요!" 하며 울부짖었다. 그래서 쳐다보니 그 옆에 있던 웬 남자가 그 남자친구한테 소리를 치며 주먹질을 하더라.


주먹질은 꽤나 셌고 밖으로 나와라면서 주먹 몇 번 휘두르며 씩씩거리니까 그 남자친구도 화가 났는지 따라서 나가려고 했다. 옆에서 여자친구가 열심히 소리지르면서 말렸지만 결국은 밖으로 나가더라.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진 모른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어떤 남자 몇 명이 밖으로 따라 나가긴 했는데 직접 보지 못했으니...



위와 같은 경험을 하고 나서 참 저럴 때 행동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영화관 안이었기 때문에 주위에 사람은 굉장히 많았고 보는 눈도 많았다. 대놓고 주먹질을 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사실 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영화관에 비상 신고 전화번호도 없었고 그렇다고 경찰서에 전화해봤자 이미 대판 싸우고 난 이후에 도착할 것 같아서 신고를 못했다.


방관자 효과를 가장 확실히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한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저런 상황은 아닐 것 같아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남을 잘 돕는 습관을 사람들이 많이 길러 놓는 게 좋은데, 여러모로 힘든 것 같다.


내가 만약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었다면 당장이라도 주위 사람들 설득해서 신고하고 말렸겠지만, 옆에 여자친구도 있는데 함부로 나댔다가 괜히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덩치도 작고 힘도 없으니...


방관자 효과는 "누군가 신고를 하겠지",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저렇겠지" 하는 생각에서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사실 "내가 신고했다가 나에게 불똥이 튀면 어떠지? 어차피 남인데" 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신고를 했을 때 범인이 나를 모를 수 있다면 무조건 신고를 하는 게 좋다. 그러니까 그 지역 경찰서에 똑같은 신고가 100개가 들어와도, 차라리 하나도 안 들어오는 것 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똑같은 신고 100번 들어오면 경찰도 빨리 출동할 것 아닌가?


아무튼 저런 일이 있고나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가 재미있었는데도 영화 생각만 하면 저 사건 생각이 나고, 그래서 영 찝찝하다.


그 사람들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을 텐데... 뒤늦게라도 경찰에 신고를 못했던 게 조금 아쉽다.

Posted by Ta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