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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9 독수리 타자
Et cetera2013. 6. 9. 23:15

나는 독수리타자다.


사실 정확히 말해서, 소위 검지손가락만으로 타이핑하는 그런 류의 독수리까지는 아니다. 내가 독수리 타자가 된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너무 어릴때라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몇 자 적어놓아야겠다.


초등학교 2학년 즈음, 그러니까 1999년이 막 되던 시절? 그 쯤에 인텔 펜티엄 3 프로세서가 발표되었었다. 사실 그런건 나한테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집에는 제대로 된 컴퓨터가 없었으니까... 내 어린시절의 기억속에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2학년인가? 헷갈린다.) 우리집의 컴퓨터라는 인식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외가집에 가면 486컴퓨터가 한 대 있었는데, 만져본 기억은 없다. 켜 보았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쯤(근데 위에서 쓰다보니 2학년이 되는 쯤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기억이 1년이나 왜곡되었나...) 외삼촌이 컴퓨터를 사주셨다. 그당시엔 엄청난 사양이었다. CPU는 펜티엄3 866Mhz, 램은 128 메가 바이트나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픽카드도 그당시에 꽤 많이 쓰이던 TNT2 였던 걸로 기억한다. 삼성 컴퓨터였고 당시에 200만원 가량이나 들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그런 컴퓨터가 집에 생기고 컴퓨터를 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인터넷이라는 걸 사용하고는 제일 처음으로 가입했던 포탈이 지금은 없는 Yahoo Korea 였던걸 기억한다. 그땐 정말 인터넷 사이트별로 아이디를 다 만들어 놓고 싶었었지... 그래서 하이텔, 라이코스, 천리안, 나우누리 등등 수많은 포탈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 그땐 그냥 야후 코리아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보이는 링크들을 눌러서 이동하고, 구경하는게 재미있었다. (물론 그 덕에 19금 성인물에 너무 많이 노출되었었다. 어린 나이에...) 그 당시에는 성인 콘텐츠에 제한도 없었고, 마구잡이 팝업과 악성코드가 판을 쳤으니... 어쨌든 그런거와 상관없이 친구를 통해서 당시 최고로 잘나가는 게임 '포트리스 2'를 접하게 되었다.


포트리스 2는 이후에 최고의 국민게임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지금도 서비스는 하고 있지만, 2013년에도 2000년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발전이 없는 포트리스의 모습에 실망한지 오래다... 어쨌든, 포트리스를 처음 시작한 나는 정말 포트리스를 열심히 했다. 당시 알파 서버에서 랭킹 1000위 안에도 들었었고, 이 후에 포트리스 3가 나왔을 때는 랭킹 100위 안에도 들어간 적이 있다. (폐인...)


포트리스를 처음 시작하고, 정말 답답한 순간이 많았다. 턴제이기 때문에 내 턴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구경하거나 대화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고, 그 특유의 소리와 함께하는 빨간색 팀채팅(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게임 하는 내내 떠들고 놀았다. (이런 커뮤니티성 덕분에 포트리스가 크게 성공하였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나는 컴퓨터를 산 지도 얼마 되지 않았었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고 싶었는데, 나의 타자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키보드는 하나도 외우지 못했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키보드를 열심히 쳐다보고 두드리다보면, 하고 싶은 말을 절반도 채 쓰지 못했는데 이미 이야기는 먼 곳으로 가버린 후인 경우가 많았다. 그 이후로 정말 이를 악물고 타자를 쳤었다. 물론 독수리타로.


몇 년간 포트리스를 하면서 왼손과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만을 사용하는(스페이스바는 엄지로 눌렀다) 4손가락 타자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한 타자연습이 계속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인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나의 4손가락 타자는 심지어 800타였다.


이 후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포트리스 뿐만 아니라 오투잼이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나의 타자는 조금 더 발전하게(?)된다.


오투잼은 7키가 기본이었기 때문에 평소에 타자칠 때도 사용하지 않는 약지를 사용하는게 버거웠다. 하지만 오투잼도 몇년씩 하면서 약지에 힘이 붙기 시작하고(?) 이후에는 캡스락 키나 shift, ctrl 등의 키를 약지로 사용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래도 타자는 800타 이상으로 좋아지지는 않더라, 이 전까지는 이를 악물고 타자를 쳤었는데 포트리스를 하는 시간도 뜸해지고 하다보니 점점 줄어서 500 ~ 600타 수준이 되었었다.


어쨌든 그 이후로 새끼 손가락은 아예 사용을 하지도 않았고, 일상생활에서도 안써서 지금은 거의 퇴화(?)한 상태이다. 중학교 컴퓨터 시간이 생각난다. 타자 수행평가가 있었는데, 타자는 빠른데 손이 지멋대로 돌아다닌다고 A-를 받았던 것 같다. 타자만 빠르면 되고 손목만 안아프면 되지 뭐가 그렇게 까다로운지(?)


현재는 웬만한 글쇠는 '검지'와 '중지'로만 타이핑 하고, shift, ctrl, enter 같은 특수키는 약지를 사용한다. 엄지는 항상 스페이스바.


가끔 내가 독수리타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신기해 했었는데, 요즘은 독수리 타자라고 말할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슬프다. 그만큼 내가 주변 사람들이랑 대화를 안하고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컴퓨터 공학부에 온 이후로 영어 타자도 많이 쳐야하고 해서 진지하게 타자연습도 좀 하고 자세도 고쳐보려고 했는데, 이미 어린 시절부터 계속 되어온 습관이라 고치기가 쉽지가 않다. 한글타자는 별로 상관 없는데, 영어 타자를 독수리로 치려니 얼마나 답답한지... (나의 한글타자는 지금 400타정도 나올 것 같고, 영타는 100타도 안나올 것 같다...)


어쨌든 나의 독수리 타자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본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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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nto